오늘은 5월 20일, 봄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시작이 맞닿은 어느 날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요즘 부산은 낮엔 초여름처럼 햇살이 강하지만, 새벽 공기는 아직 봄의 찬기가 남아있어요. 그 선선한 새벽 공기를 그대로 안고, 저는 무려 새벽 3시에 눈을 떴답니다. 목적지는 경남 합천의 핫들생태공원.
이곳은 요즘 SNS에서 작약꽃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일출과 작약’을 한 프레임에 담고 싶어 부랴부랴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고 차에 올랐어요.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왠지 설레고, 오직 나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떠나는 기분이랄까요.
5시 조금 넘은 시간,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몇몇 사진 애호가들이 자리를 잡고 계셨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건… 어둠을 뚫고 피어난 듯한 활짝 핀 작약꽃밭과 동쪽 하늘에서 슬며시 얼굴을 드러내는 붉은 여명. 정말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경남 합천 핫들생태공원 작약 꽃밭 일출 feat 5월여행지
📍주소 : 경남 합천군 율곡면 임북리 810-1
📍주차 : 가능, 무료
합천 핫들생태공원 작약 꽃밭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에 출발하여 차는 막히지 않았고 핫들생태공원 입구에 있는 주차장도 대부분 비어 있어 좋았어요.
합천 핫들생태공원 작약꽃, 그 화려한 정적 속의 아름다움
5월의 작약은 참 묘해요.
장미보다 부드럽고, 튤립보다 화려하며, 모란보다 단아한데도 불구하고 고혹적인 아우라가 있어요.
작약은 ‘한약재로도 쓰인다’는 사실로 익숙하지만, 꽃이 피는 풍경은 또다른 감동이에요.
흔히들 ‘봄의 여왕’이라 부르기도 하고, ‘화중왕’이라는 별명도 있는데요. 활짝 피기 전엔 오므린 꽃봉오리가 참 동글동글 귀엽고, 한 번 피기 시작하면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색을 드러내요.
핫들생태공원의 작약은 여러 품종이 혼합돼 있어요. 진한 분홍, 연분홍, 순백색까지 다양한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심어져 있고, 길게 뻗은 산책로를 따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잘 조성돼 있더라고요.
합천 여행 핫들생태공원 일출 풍경
새벽 5시 30분이 넘으면서 저멀리 드디어 해가 조금씩 드디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작약꽃 너머로 붉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며 서서히 세상을 물들일 때, 그 풍경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사진으로는 그 감동을 다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났달까요?
꽃잎 사이로 빛이 비치는 그 찰나의 순간들,
습기 어린 공기 속에 살짝 피어오르는 해무,
그리고 그 모든 걸 가만히 받아주는 작약의 우아한 자태.
이른 새벽이라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였고, 내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리는 듯했지만, 그 소리조차도 이 고요한 장면에선 아름다운 배경음처럼 느껴졌어요.
합천 핫들생태공원에서 작약꽃과 함께 일출을 보고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유채꽃밭을 만날 수 있어요.
유채꽃은 4~5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이날은 만개한 상태로 벌써 일부는 지고 있었지만 마치 노란 천이 대지 위에 펼쳐진 것처럼 파노라마처럼 시야를 가득 채웠어요.
공원 전체가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새벽 이슬을 머금은 유채꽃들이 고개를 살짝 숙인 모습이 참 사랑스럽더라고요.
사진을 찍기에도 정말 좋아요. 저는 삼각대를 세워두고 유채꽃과 일출을 배경으로 셀카도 찍고, 꽃길을 걷는 영상을 담기도 했어요.
이번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았기에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혼자였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자연의 색과 빛, 그리고 공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었어요.
작약은 아주 짧은 순간만 우리에게 피어난 자태를 허락해주는 꽃이에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잠을 이겨내고, 어두운 도로를 달려가는 시간마저도 저는 행복했어요.
만약 여러분도 마음속에 작은 여백이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5월의 어느 새벽에 핫들생태공원을 찾아가 보세요. 햇살과 꽃이 함께 피어나는 그 찰나의 풍경이, 당신의 마음에도 따뜻한 빛을 심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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